김민수 변호사·발행일 202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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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서에 폐업신고하고 법인 청산까지 하면 회사 빚도 같이 정리되는 거죠?” 회사를 접기로 마음먹은 대표님께 상담실에서 가장 먼저 듣는 질문입니다. 검색해 보면 법인폐업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한 글이 많은데, 대부분 세금 신고와 등기 서류 이야기에서 끝납니다.
짧게 답하면, 갚을 돈이 남아 있는 회사는 폐업신고나 청산만으로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청산이라는 절차 자체가 “빚을 다 갚고 남는 것을 나눈다”는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법원 선임 파산관재인으로 10년 일했고, 지금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도산 전문변호사로 회사 정리를 돕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읽고 나면 우리 회사가 폐업신고로 충분한지, 해산·청산으로 갈 수 있는지, 파산으로 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가늠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이들 폐업신고 하나로 회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십니다. 실제로는 서로 다른 기관에서 처리하는 네 단계가 이어집니다.
폐업신고는 1번에 불과합니다. 사업자등록이 말소돼도 등기부상 법인은 그대로 살아 있고, 법인 명의 대출과 미지급 대금도 한 푼 줄지 않습니다. 법인 해산과 청산의 차이를 묻는 분도 많은데, 해산은 “영업을 그만두기로 정한 상태”, 청산은 “그 뒤 재산과 빚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폐업 신고와 회사 빚의 정리는 다릅니다
폐업
영업 종료와 세무 신고
회사 빚이 자동으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해산
영업을 끝내고 청산으로 넘어가는 상태
해산등기만으로 정리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청산
재산을 정리하고 빚을 갚는 과정
채무초과가 드러나면 별도 절차 검토가 필요합니다.
파산
법원이 관여하는 재산·채무 정리 절차
대표 개인의 책임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개념 요약 · 구체적인 적용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청산인이 할 일은 상법 제254조에 적혀 있습니다. 현존 사무 종결, 채권 추심과 채무 변제, 재산 환가, 잔여재산 분배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상법 제260조는 회사의 채무를 완제한 뒤가 아니면 회사 재산을 주주에게 나눠줄 수 없다고 정합니다.
절차도 생각보다 깁니다. 청산인은 취임 후 지체 없이 재산목록과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주주총회 승인을 받고 법원에 내야 합니다(상법 제533조). 취임 2개월 안에 채권자들에게 2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채권을 신고하라고 2회 이상 공고해야 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따로 알려야 합니다(상법 제535조). 신고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갚을 수도 없습니다(상법 제536조). 법인 청산 비용으로 등기 비용, 공고 비용, 법무사 보수 정도를 떠올리시는데, 이 기간 동안 사무실과 장부를 유지하는 부담도 함께 계산하셔야 합니다.
자산이 빚보다 많은 회사라면 법인청산이 맞는 길입니다. 빚을 다 갚고 남은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고 끝내면 됩니다. 그런데 회사를 접으려는 대표님 대부분은 반대 상황에 계십니다. 팔 재산을 다 팔아도 은행 대출과 거래처 대금이 남는 회사라면, 청산은 출발선에서 막힙니다.
이 대목이 세무 쪽 글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입니다. 민법 제93조 제1항은 “청산중 법인의 재산이 그 채무를 완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때에는 청산인은 지체없이 파산선고를 신청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신청할 수 있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하라는 의무입니다.
주식회사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하실 텐데, 조문을 따라가 보면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상법 제254조 제4항이 민법 제93조를 준용하고, 상법 제542조 제1항이 제254조를 주식회사에 준용합니다. 절차 쪽에서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295조 제2항은 청산인이 청산 중인 법인에 대해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98조는 해산 후에도 잔여재산 분배가 끝나기 전이면 파산신청이 가능하다고 둡니다. 법인은 부채 총액이 자산 총액을 넘기만 해도 파산원인이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6조).
여기서 대표님이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따로 정하지 않으면 이사가 그대로 청산인이 됩니다(상법 제531조 제1항). 1인 법인이라면 청산인은 대개 대표님 본인입니다. 그리고 청산인에게는 이사의 회사·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조항(상법 제399조, 제401조)이 준용됩니다(상법 제542조 제2항). 다만 회사에 빚이 남았거나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갚았다는 사정만으로 청산인의 개인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청산인의 임무 위반 여부, 고의·과실의 정도,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 등 법정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특히 제3자에 대한 책임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는 개별 변제나 청산 진행 전에 지급 경위와 회사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파산으로 넘어가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해산한 법인도 파산 목적 범위에서는 존속하는 것으로 보고(채무자회생법 제328조),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재산을 모아 정해진 순서대로 나눕니다. 직원 임금·퇴직금과 세금은 재단채권으로 분류되고(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10호), 재단채권은 일반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됩니다(같은 법 제476조). 저당권처럼 담보가 잡힌 재산은 담보권자가 파산절차 밖에서 따로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같은 법 제411조, 제412조)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파산선고가 있으면 퇴직한 직원은 대지급금(옛 체당금)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도 생깁니다(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 제2호).
| 구분 | 무엇을 정리하나 | 남은 빚은 |
|---|---|---|
| 폐업신고 | 세무상 사업자등록 | 그대로 남음 |
| 해산·청산 | 등기와 재산(빚 완제 전제) | 다 갚아야 종결 |
| 법인파산 | 법원 감독 아래 재산 전체 | 관재인이 배당 후 절차 종료 |
“그냥 두면 언젠가 알아서 없어진다던데요.”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상법 제520조의2에 따르면 최후 등기 후 5년이 지난 주식회사는 법원행정처장의 관보 공고 후 2개월 안에 영업 중이라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해산한 것으로 봅니다. 그 뒤 3년 안에 회사를 계속하지 않으면 3년이 지난 때 청산이 종결된 것으로 봅니다. 검색창의 “법인 해산 간주”가 바로 이 제도입니다.
문제는 적어도 8년이 넘는 그 시간 동안 아무도 빚을 정리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채권자들은 각자 압류와 강제집행에 나서고, 회사 재산은 먼저 움직인 사람 순서로 흩어집니다. 대표님이 연대보증을 선 대출은 법인 등기와 상관없이 대표님 앞으로 청구됩니다. 지분 50%를 넘는 과점주주라면 법인 재산으로 국세를 다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지분 비율만큼 제2차 납세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39조). 대표 개인에게 이어지는 책임은 법인파산 대표자 책임 정리 글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반대로 오래 방치된 회사도 파산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사례 가운데 영업이 멈춘 지 여러 해가 지나 직원 없이 대표이사만 남은 회사가 있었습니다. 남은 현금성 자산은 1,280만 원 남짓이었고 채무는 약 7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외상매출금은 대부분 회수가 어려웠습니다. 재무제표와 대표님 진술로 채무초과 상태를 정리해 법인파산 절차로 마무리했습니다. (사례는 의뢰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일부 바꿨습니다.)
관재인으로 일할 때 사건 기록을 받으면 가장 먼저 본 것은 법인 통장이 마지막으로 움직인 날짜와 그 직전 몇 달의 출금 내역이었습니다. 폐업 무렵 누구에게 돈이 나갔는지가 절차 전체의 분위기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에서 두 가지를 먼저 여쭙니다.
첫째, 법인 명의로 정리할 재산이 있는지입니다. 부동산, 임대차보증금, 받지 못한 거래처 대금, 담보가 잡히지 않은 재고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둘째, 그 재산과 연결된 대표님 개인 책임이 있는지입니다. 못 준 임금·퇴직금, 체납 세금과 과점주주 지위, 회사 대출 연대보증이 대표적입니다. 두 가지가 겹치면 법인파산으로 회사 재산을 임금과 세금부터 정리하는 쪽이 대표님에게 실익이 큽니다. 둘 다 없다면 비용을 들여 파산까지 갈 이유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심할 경우도 있습니다. 근거 없이 큰돈이 가지급금으로 빠져나갔거나, 가족이나 지인 거래처에만 몰아서 갚았거나, 파산 직전에 처음 거래한 업체에서 물건만 받았다면 신청 전에 따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하거나 형사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청 전에 피해야 할 행동은 법인파산 신청 전 하면 안 되는 7가지에, 비용 구조는 법인파산 비용 4가지 항목에 정리했습니다.
해산은 회사가 영업을 끝내기로 정한 법적 상태이고, 청산은 해산 뒤 재산을 정리해 빚을 갚고 남은 것을 나누는 과정입니다. 해산등기를 했다고 끝난 게 아니고, 청산종결 등기까지 가야 등기부에서 정리됩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주식회사라면 폐업신고, 해산등기, 청산, 청산종결의 흐름은 같습니다. 1인 법인은 대표님이 주주이자 청산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채무초과 상태에서 청산을 진행할 때의 책임도 대표님에게 직접 걸립니다.
빚을 다 갚고 남은 재산이 있을 때만 주주에게 분배됩니다(상법 제260조).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회사라면 돌려받을 자본금이 남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해산간주와 청산종결간주는 등기를 정리하는 제도입니다. 채권자에게 갚아 주는 절차가 없으므로, 대표님의 연대보증 채무나 제2차 납세의무 같은 개인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가능합니다. 폐업신고는 세무상 절차라서 법인격에 영향이 없고, 해산한 뒤라도 잔여재산 분배가 끝나기 전이면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298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계자료를 다시 모으기 어려워집니다.
회사를 접는 결정은 그 자체로 무겁습니다. 순서까지 혼자 정하시려 하지 말고, 지금 회사 통장과 등기부, 대출 서류를 놓고 어느 길이 맞는지부터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담 전, 갖고 있는 자료부터 확인하세요
회사 통장
남은 잔액과 최근 거래내역
법인등기부
회사의 현재 등기 상태
대출·보증 서류
회사 채무와 대표 보증 여부
자료가 모두 준비되지 않아도, 보유한 자료부터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사 통장, 법인 등기부, 대출·보증 서류를 먼저 확인하면 상담 질문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법인 정리 상담 문의하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회사의 재산·채무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