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변호사·발행일 202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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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재단에서 또 전화가 왔는데, 그냥 파산 준비 중이라고 말해 버리면 안 될까요?” 법인파산 상담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모르는 번호가 뜰 때마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두셨다는 대표님도 많습니다.
짧게 답하면, 그 말을 했다고 처벌받거나 법적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시점과 상대입니다. 신청서가 법원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 돈을 쥐고 있는 채권자에게 먼저 알리면 그 돈이 묶일 수 있습니다.
저는 법원 선임 파산관재인으로 10년 동안 일했습니다. 관재인으로 사건을 받으면 가장 먼저 들여다본 것 가운데 하나가 신청 직전 몇 달 동안 어느 채권자에게 어떤 연락이 오갔고, 그 뒤에 돈이 어디로 움직였는지였습니다. 통화 한 번이 계좌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실 즈음에는 채권 추심 대응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 지금 걸려 오는 전화가 어느 채권자의 것이고 그 상대에게 언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를 스스로 가려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곧바로 법적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연락을 완전히 끊어 버리면 채권자 쪽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생깁니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금융기관이나 거래처가 회사 재산에 가압류를 걸거나 대여금반환소송, 물품인도소송을 내는 일이 늘어나고, 이렇게 쌓인 소송은 나중에 파산관재인이 하나하나 이어받아 정리해야 해서 절차 전체가 늦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받되 짧게 응대하시라고 권합니다.
길게 해명하다 보면 “다음 주까지는 어떻게든 넣겠습니다” 같은 말이 나옵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은 다음 통화에서 더 센 압박의 근거가 됩니다.
채권자와 진행 단계를 구분해서 대응합니다
상대방
은행·보증기관·거래처·추심업체를 구분합니다.
요구하는 채무와 보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진행 단계
준비·접수·선고를 구분해 설명합니다.
진행되지 않은 단계를 확정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대응 기록
통화 내용과 받은 서류를 정리합니다.
임의 변제나 개인 지급 약속은 먼저 검토합니다.
본문 요약 · 구체적인 적용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많이들 모든 독촉에 같은 보호가 적용된다고 생각하시는데, 법 조문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하 채권추심법) 제2조 제2호는 이 법이 보호하는 ‘채무자’를 “자연인(보증인을 포함한다)”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즉 법인 자체는 여기서 말하는 채무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표님이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증인인 대표님 개인은 이 법의 채무자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9조가 금지하는 행위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에 전화하거나 방문해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일으켜 사생활이나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회사 직원에게 연락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2조 제3호는 채무자가 근무하는 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관계인’으로 보고, 제8조의3은 소재나 연락처를 묻는 경우를 빼고는 채무 문제로 관계인에게 연락하지 못하게 합니다. 보증을 서지 않은 대표님이 순수하게 회사 빚 때문에 받는 전화라면 이 법의 보호 범위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경우든 날짜, 시각, 발신번호, 내용을 남겨 두시면 상담에서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를 내는 날 모든 전화가 끊긴다고 기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세 구간으로 나눠 보셔야 합니다.
신청 전에는 채권자의 추심이 원칙적으로 적법합니다. 이 구간의 전화와 문자가 가장 많고, 대표님 마음도 가장 힘든 때입니다.
신청 후 파산선고 전까지는 추심이 저절로 멈추지 않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323조는 법원이 선고 전이라도 회사 재산에 보전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이는 회사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채권자 전화를 막아 주는 제도로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기간에 은행이 예금을 묶고 대출금과 상계하는 일도 생깁니다. 다만 법원에 사건번호가 생기고 대리인이 선임되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실무상 연락 창구를 대리인 쪽으로 옮깁니다.
파산선고가 나면 큰 흐름이 바뀝니다. 제424조는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채권자는 각자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하는 대신 채권신고와 채권조사라는 파산절차 안에서 권리를 주장하게 되고, 제348조 제1항에 따라 이미 파산재단에 걸어 둔 강제집행·가압류·가처분도 파산재단에 대해서는 효력을 잃습니다.
여기서 꼭 구분하실 것이 있습니다. 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아도 대표님이 개인으로 선 연대보증 채무는 별개로 남고, 그 추심도 대표님 개인에게 계속될 수 있습니다. 보증채무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대표자 책임과 연대보증을 다룬 칼럼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가장 조심하셔야 할 상대는 회사 예금과 대출이 함께 있는 주거래은행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회사 예금은 회사에 돌려줄 돈이고, 회사가 갚지 못한 대출은 받을 돈입니다. 연체가 시작되면 은행은 이 둘을 맞바꾸는 상계를 내세워 예금을 지급정지하고 돌려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계가 끝까지 유효한지는 따져 볼 여지가 있지만, 다투는 동안 그 돈으로 직원 급여도, 예납금도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순서는 이렇게 잡습니다. 회사 돈은 빚이 없는 다른 은행의 회사 명의 계좌로 먼저 옮깁니다. 대표님 개인 통장이나 지인 통장으로 옮기면 의도하지 않은 횡령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피하셔야 합니다. 매출 대금을 보내 주는 거래처에는 입금 계좌가 바뀌었다고 미리 알려 둡니다. 이걸 챙기지 않았다가 거래처에서 들어온 대금 수억 원이 은행에 묶인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계좌가 어떤 순서로 묶이는지는 통장압류 타임라인 칼럼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두 가지는 하지 마셔야 합니다. 파산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은행에 새 대출을 받는 일은 형사상 사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전화가 유독 거센 채권자 한 곳에만 먼저 갚는 일도 위험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는 채권자들을 해하는 줄 알면서 한 변제나 지급정지·파산신청 뒤에 한 변제 같은 행위를 파산관재인이 부인할 수 있게 하고 있어서, 갚은 돈이 다시 파산재단으로 돌아오고 그 채권자와의 관계만 더 나빠지기 쉽습니다. 신청 전에 피해야 할 행동은 법인파산 신청 전 하면 안 되는 7가지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상대마다 대표님 말이 가져오는 결과가 다릅니다. 아래 표는 신청서를 내기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 상대 | 해도 되는 말 | 피할 말 |
|---|---|---|
| 주거래은행 | “자금 사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접수 전 “파산 신청할 겁니다” 선언, 예금·매출채권 내역 상세 답변, 새 대출 요청 |
| 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재단 | “정리 절차를 검토하고 있고, 대리인이 정해지면 대리인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 전화 회피로 일관하기, 지킬 수 없는 상환 날짜 약속 |
| 채권자인 거래처 | 신청 후 “법원 절차로 정리하고 있고, 대금은 그 절차 안에서 정리됩니다” | 특정 거래처에만 따로 먼저 갚겠다는 약속 |
| 대금을 보내 주는 거래처 | “입금 계좌가 바뀌었습니다” (빚 없는 회사 명의 계좌) | 파산 준비 사실을 먼저 알려 대금 지급을 미루게 만드는 말 |
| 채권추심업체 | “소속과 성명, 위임받은 채권자를 문자로 보내 주십시오” | 언쟁, 개인 계좌로 일부라도 넣겠다는 약속 |
신청서가 법원에 들어간 뒤에는 말할 것이 단순해집니다. 사건번호와 대리인 연락처를 알려 드리면 됩니다.
독촉 상대방과 받은 서류를 정리해 대응 방향을 확인해 보세요.
회사 상황 상담하기 →대화 당사자인 대표님이 자기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반복 전화나 협박성 발언이 있었다면 녹음 파일이 가장 확실한 기록이 됩니다. 녹음은 지우지 말고 날짜별로 정리해 두세요.
법이 모든 연락을 막아 주는 효과까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바로 끊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실무상 금융기관과 추심업체 대부분은 사건번호를 확인하면 연락 창구를 대리인으로 옮깁니다. 파산선고 뒤에는 채권자가 파산절차 밖에서 개별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대표님이 보증인이라면 채권추심법상 직장 동료는 관계인에 해당하고, 소재나 연락처를 묻는 경우가 아니면 채무 문제로 관계인에게 연락할 수 없습니다. 직원에게 연락이 간 날짜와 내용을 기록해 두시면 대응 근거가 됩니다.
보통은 권하지 않습니다.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내면 나중에 부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거래처처럼 입금 계좌를 바꿀 수 없어 매출 대금이 그 은행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면, 선고 전까지 그 은행 이자를 내면서 지급정지를 막는 쪽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이 판단은 묶일 돈과 이자를 비교해서 상담에서 정하셔야 합니다.
회사 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다면 보증채무는 대표님 개인의 빚으로 남아 있어서 추심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으로 대표님 개인 채무를 함께 정리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독촉전화가 계속 오는 건 대표님이 무언가를 잘못해서라기보다 정리 순서가 아직 잡히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계좌에 돈이 있고 어느 채권자가 그 계좌를 쥐고 있는지만 함께 펼쳐 놓아도, 다음 통화에서 무엇을 말할지는 훨씬 분명해집니다.
통화 기록과 대출·보증 서류를 가지고 오시면 그 자리에서 채권자별 순서를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상담 전, 갖고 있는 자료부터 확인하세요
채권자 목록
채권자별 요구 금액과 연락 내용
받은 서류
독촉장·소장·압류 관련 서류
보증 자료
대표 개인 보증 계약과 회사 통장
자료가 모두 준비되지 않아도, 보유한 자료부터 정리할 수 있습니다.
독촉 상대방과 받은 서류를 정리해 대응 방향을 확인해 보세요.
법인 정리 상담 문의하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회사의 재산·채무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