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변호사·발행일 2026.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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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으면 회생으로 살리고 싶습니다. 안 되면 그때 파산을 생각해도 늦지 않겠죠?”
회사 정리를 고민하는 대표님과 처음 마주 앉으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순서 자체는 맞습니다. 살릴 수 있는 회사라면 회생을 먼저 검토하는 편이 모두에게 낫습니다.
그런데 회생은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으로 빚을 나눠 갚는 절차입니다. 벌어들일 힘이 이미 빠져나간 회사가 회생을 신청하면 몇 달의 시간과 남은 현금을 쓴 뒤 결국 파산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깁니다. 그 사이 직원 임금과 세금은 그대로 쌓입니다.
저는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으로 10년을 일했고, 지금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도산 전문변호사로 법인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아래 기준을 차례로 대 보시면 우리 회사가 회생을 시도해 볼 회사인지, 바로 파산으로 정리하는 편이 나은지 가늠하실 수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은 두 절차를 함께 규정하지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회생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전제입니다. 제34조 제1항은 사업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주지 않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갚을 수 없는 경우, 또는 파산의 원인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개시결정이 나면 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이 중지되고(제58조), 법원은 원칙적으로 회사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합니다(제74조 제2항). 대표님이 경영을 이어가면서 회생계획에 따라 영업으로 번 돈으로 빚을 나눠 갚는 구조입니다.
파산은 청산이 목적입니다. 제305조는 채무자가 지급을 할 수 없을 때 파산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지급을 정지한 때는 지급불능으로 추정합니다. 법인은 여기에 더해 부채 총액이 자산 총액을 넘는 채무초과만으로도 파산선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제306조 제1항). 선고가 나면 파산관재인이 회사에 와서 통장과 인감, 열쇠를 넘겨받고 재산을 현금으로 바꿔 임금·세금부터 정리한 뒤 남은 돈을 채권자에게 나눕니다. 개인파산과 달리 법인파산에는 면책이 없습니다.
| 구분 | 법인회생 | 법인파산 |
|---|---|---|
| 목적 | 사업을 계속하며 빚 조정 | 재산을 현금화해 나누고 회사 정리 |
| 신청 원인 | 변제 곤란 또는 파산원인 염려(제34조) | 지급불능(제305조), 법인은 채무초과(제306조) |
| 경영 | 대표자가 관리인으로 경영하는 것이 원칙 | 파산관재인이 재산을 점유·관리 |
| 빚 처리 | 회생계획에 따라 영업수익으로 분할 변제 | 환가 후 임금·세금 우선, 나머지 배당 |
회사 유지 가능성과 정리 필요성을 나누어 봅니다
영업 기반
사람·장소·매출 경로가 남아 있는지 봅니다.
한 가지 신호만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운영자금
계획을 실행할 자금을 확인합니다.
현재 잔고와 앞으로의 자금 흐름을 함께 봅니다.
대표 책임
회사와 대표의 채무를 나누어 정리합니다.
회사 절차만으로 개인 문제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본문 요약 · 구체적인 적용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회생을 “빚을 깎아 주는 제도”로만 알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인가까지는 문턱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턱은 청산가치 보장입니다. 제243조 제1항 제4호는 회생계획에 의한 변제가 사업을 청산할 때 각 채권자가 받을 몫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합니다(채권자가 동의하면 예외). 지금 회사를 정리해 나눠 주는 것보다 계속 굴려서 갚는 쪽이 채권자에게 더 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항 제2호는 회생계획이 수행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숫자만 맞춰 놓은 계획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매달 갚아 나갈 영업이 있어야 합니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절차가 중간에 멈춥니다. 회사를 청산할 때의 가치가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법원은 인가결정 전이라도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습니다(제286조 제2항). 신청 단계에서 막히기도 합니다. 회생절차 비용을 미리 내지 않았거나, 신청이 성실하지 않거나, 회생으로 가는 것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법원은 신청을 기각해야 합니다(제42조).
그리고 기각이나 인가 전 폐지가 확정된 회사에 파산의 원인이 있으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제6조 제2항). 회생에 실패한 회사는 그대로 파산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상담에서 이 조문들을 한 문장으로 바꿔 여쭙습니다. “이 회사가 다음 달에도 돈을 벌 수 있습니까?”
김앤파트너스가 파산으로 정리한 법인 사건 기록을 다시 읽어 보면, 회생 대신 파산을 택한 회사들에는 겹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래 네 가지 가운데 두세 개가 동시에 보이면 저는 회생 검토를 길게 끌지 말자고 말씀드립니다.
마지막 항목은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 중에 관리인이 빌린 돈이나 개시 전 법원 허가를 받아 차입한 자금을 공익채권으로 정하고(제179조 제1항 제5호·제12호), 공익채권은 회생채권보다 먼저 수시로 갚도록 했습니다(제180조). 법이 이런 장치까지 둔 이유는 회생 중에도 월급, 자재 대금, 임대료가 매달 나가기 때문입니다. 회사 잔고가 바닥이고 새로 자금을 대 줄 곳도 없다면 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법원에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래 사례는 의뢰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업종 표현과 일부 사실을 바꿨습니다. 실제 사례는 법인파산 성공사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치료제 연구개발을 하던 회사였습니다. 상용화 전까지 매출이 생기지 않는 업종이라 연구비가 해마다 적자로 쌓였고, 대표님은 개인 저축과 연금을 해지해 수억 원을 넣으며 버텼습니다. 그러다 임대료를 못 내 보증금이 차감되기 시작했고, 결국 임대차가 중도에 끝나 연구공간을 잃었습니다. 2024년 무렵에는 직원이 모두 퇴사했습니다. 파산 신청 당시 총자산은 7천만 원대, 부채는 10억 원대였습니다.
대표님 돈까지 다 들어간 뒤라 회생을 시도할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았고, 회사는 파산 신청을 택했습니다. 저희는 장부상 자산과 실제로 팔 수 있는 자산의 차이를 정리하고, 인감·계좌·거래내역·연구비 내역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관재인에게 넘겼습니다.
20년 넘게 설비를 만들고 시공해 온 회사였습니다. 큰 공사를 외상 자재로 끝까지 마쳤는데 잔금이 오래 들어오지 않았고, 그 사이 자재 대금과 대출 이자가 불어났습니다. 사무실과 공장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퇴거했고, 직원들이 한 명씩 떠나 대표님 혼자 남았습니다. 장비는 이미 팔아 대출과 운영비에 썼습니다.
공사 잔금 하나에 회사 전체가 기대고 있던 셈이라, 그 돈이 막히자 정상화할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문사항이 40개 항목을 넘었는데, 항목마다 근거 자료를 붙인 답변 초안을 대표님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이 곧 “파산을 신청하자”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법인파산을 할지 말지는 신청이 대표님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봅니다. 회사에 빚만 있고 재산이 전혀 없다면 비싼 예납금과 수임료를 들일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산이 대표님께 도움이 되는 경우는 대체로 두 조건이 겹칠 때입니다. 하나는 회사 명의 부동산, 임차보증금, 예금, 거래처 미수금처럼 현금으로 만들 재산이 있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직원 임금·퇴직금이나 체납 세금이 있거나, 대표님이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경우입니다. 임금을 못 주면 대표님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고, 과점주주인 대표님은 회사가 못 낸 세금을 지분 비율만큼 떠안을 수 있습니다. 파산절차에서는 회사 재산으로 임금과 세금을 먼저 정리하므로 이 부담이 줄어듭니다. 대표님 개인에게 남는 책임은 대표자 책임 칼럼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대로 신청을 서두르면 안 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가지급금이 크게 남아 있거나, 신청 직전에 가족이나 지인 거래처에만 돈을 갚았거나, 처음 거래한 업체에서 물건을 받고 대금을 한 푼도 주지 않은 경우입니다. 관재인이 계좌를 조사하면서 부인권 소송을 낼 수 있고, 거래처가 사기로 고소하는 일도 생깁니다. 신청 전에 피해야 할 행동은 법인파산 신청 전 하면 안 되는 7가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재인으로 사건을 배당받다 보면 “이 회사는 왜 신청했을까” 싶은 기록을 가끔 만났습니다. 회생이냐 파산이냐보다 먼저, 신청하는 것 자체가 대표님께 남는 것이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생과 파산 중 무엇을 검토할지 회사 자료로 확인해 보세요.
회사 상황 상담하기 →채무자회생법에서 쓰는 이름은 회생절차입니다. 법인이 이 절차를 밟을 때 흔히 법인회생 또는 기업회생이라고 부르니, 일상에서는 같은 말로 보셔도 됩니다.
제34조 제1항에 따라 사업을 크게 해치지 않고는 빚을 갚을 수 없거나, 파산의 원인이 생길 염려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생절차 비용을 미리 내야 하고, 신청이 성실해야 하며, 회생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맞아야 기각을 피할 수 있습니다(제42조).
법은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회생절차개시일부터 1년 이내에 하도록 정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이 6개월 범위에서 늘릴 수 있게 했습니다(제239조 제3항). 실제로 걸리는 기간은 채권자 수와 쟁점에 따라 사건마다 다릅니다.
회사 규모와 사건 난이도에 따라 달라서 일률적인 숫자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법원이 정한 절차 비용을 미리 내지 않으면 신청이 기각된다는 점입니다. 파산 쪽 비용 구성은 법인파산 비용 칼럼을 참고하세요.
회생신청 기각, 인가 전 폐지, 회생계획 불인가 결정이 확정되고 회사에 파산의 원인이 있으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제6조 제2항). 그때까지 쓴 시간과 비용은 돌아오지 않으니, 신청 전에 회생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 보셔야 합니다.
회사 통장에 아직 몇 달 치 운영비가 남아 있을 때 상담을 받으시면 고를 수 있는 길이 훨씬 많습니다. 잔고가 바닥난 뒤에는 회생도 파산도 비용 마련부터 막히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재무제표와 채권자 목록을 가지고 오시면 회생 가능성과 파산 실익을 함께 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상담 전, 갖고 있는 자료부터 확인하세요
재무 자료
최근 재무제표와 월별 매출·지출
재산·채무
회사 재산 및 채권자 목록
운영 계획
영업 기반과 앞으로의 자금 계획
자료가 모두 준비되지 않아도, 보유한 자료부터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생과 파산 중 무엇을 검토할지 회사 자료로 확인해 보세요.
법인 정리 상담 문의하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회사의 재산·채무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